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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안 시론]비가 오길 바라면 진흙탕을 각오해라.그게 대가야
기사입력 2023-08-26 11:33   최종편집 창원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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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국 영화 《The Equalizer Ⅰ》에서 이미지 캡처     ©times창원편집국



"비가 오길 바라면 진흙탕을 각오해. 그게 대가야(When you pray for rain, you gotta deal with the mud too. That’s a part of it)."

 

'종결자' 정도로 해석할 미국 영화 《The Equalizer Ⅰ》에서 한적한 동네에 은둔하고 있던 전직 특수공작원 댄젤 워싱턴이 러시아 마피아 청부업자에게 '동네 약자들을 그냥 놔두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던진 대사다. 이 대사는 아프리카 속담에서 인용한 것이다(이미지 캡처).

 

유사한 영문 버전이 더 있다. 'If you want rain, you have to deal with the mud.' 'Those who pray for rain should be ready to deal with the mud.'

 

비가 오지 않는 아프리카에서 안타깝게 비를 바라지만 그 대가도 반드시 따른다는 교훈이다. 상대방에 대한 경고 대신 진흙탕에 맞닥뜨린 스스로에 대한 각오로 전환해 생각해 보자.

 

정권 교체 이후 곳곳에서 비가 오길 바라는(새로운 국정을 펼치고자 하는) 새 정권에 진흙탕을 튀기고 있다. 정권 교체가 되면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정무직 공무원, 공기업 임원들이 선거 결과에 따라 순순히 물러날 줄 알았더니 (대선후보경선토론회 2021.10.18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행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드라이브를 거는 건데 행정권을 놓치게 되면 저 당안에서도 합리적인 그런 야당을 하면서 저렇게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정권 교체 후)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년반 국면은 윤석열 대통령의 예측 내지 기대와 전혀 다르게 흘렀다. 과반의 야당과 법정 임기를 버팀목으로 전 정권에서 임명된 대못들까지 자기 정치를 하며 정권의 발목을 잡고 국정을 흔든다. 진흙탕에서 함께 뒹굴자고 대든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 민주당 혁신위원장 김은경.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 문재인 정권에서 부원장으로 임명된 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 다른 부원장 3명은 일괄사표를 냈는데 사표를 거부하고 끝까지 버티다 진흙을 잔뜩 던지고 떠난다("김은경, '윤석열 밑에서 임기 마쳐 치욕'···금감원, '정치에 이용 말라'", 경향신문 2023.8.2). 1년 연봉 3억은 그에게 진흙탕 속에서 건진 덤이다.

 

결국 결혼 파탄과 시가 갈등의 내막이 알려지며 진흙탕을 뒤집어쓴다("김은경, 시부모 18년 모셨다? 아들·시누이 '막장 폭로전'", 조선일보 2023.8.7).

 

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위원장은 임기 두 달을 남겨 놓고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된 뒤 해임됐다.

 

종합편성채널 평가 조작으로 실무 국장, 부장이 구속 기소됐는데 정작 본인은 '지금 (사표를) 낸다면 뭔가 (잘못이) 있어서 그만두는 것 같아서'(뉴데일리 2023.2.2)라며 버티다 강제 퇴진 당했다("윤 대통령, 임기 두 달 남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찍어냈다", 한겨레신문 202.5.31).

 

관리자들이 법적 책임을 떠안고 있는데 해임 가처분 소송까지 냈다가 '평가 조작을 최소한 묵인한으로 것으로 보인다'는 법원 판단을 받고 공판도 전에 스스로 사실상 유죄 혐의만 짙게 만들었다("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직무복귀 좌절", 한겨레신문 2023.6.24).

 

권익위원회 전현희 위원장의 임기 만료로 문재인 정권 정무직 물갈이가 마무리됐다. 권익위원회 안팎의 사퇴 압력에도 국민 권익에 앞장서는 것처럼 꿋꿋이 자리를 지키더니("정무직, 文철학 추종은 배신…", 서울경제 2023.1.9) 퇴임 직전 일본 오염수 방류 저지에 힘을 보태겠다고 정치 본색을 드러낸다("퇴임 후 휴식은 사치…핵 오염수 방류 저지에 힘 보탤 것", 경향신문 2023.6.26, "임기 마치며 본색 드러낸 전현희", 디지털타임스 2023.6.26).

 

과문한 탓인지 새 정권 들어서기 전에 정무직으로 사임한 인사가 청와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서형수 부위원장이 거의 유일하고(서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날 사퇴했다.

 

서 부위원장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임 재가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대선 직후 사퇴를 희망했으나 여의치 않아 문 대통령에게 거듭 요청해 취임 전날 물러났다'고 한다.

 

서 부위원장은 '다른 위원들은 내 생각 같지 않았다'고도 했다. 서울대 사회계열로 입학한 뒤 복학하면서 법대로 옮겨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해 졸업했다.), 앞서 국민연금공단이사장은 지방선거 캠프로 가기 위해 미리 사퇴했고, 대통령 취임 전 검찰수사권 박탈에 반대하며 물러난 검찰총장 이외의 인사 교체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정권 교체기 검찰총장 전원 임기 못 채웠는데···김오수는?", 중앙일보 2022.3.15; "'검찰총장 사직서' 극단 치닫는 검수완박" 한국일보 2022.4.18).

 

여전히 윤석열 정권의 공공기관 기관장과 임원은 문 정권 임명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경영평가 대상 공공기관, 임원 80%가…", 조선일보 2023.5.5. "공공기관 임원 3064명 중 63%가 '文정부' 임명…". 동아일보 2023.5.15). 이들은 대부분 전 정권의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해 온 기관들인데 국제안보, 경제, 에너지, 환경, 노동, 방송 등 바뀐 정책 기조에서 똬리를 튼 채 사퇴를 거부하며 진흙탕에 가세해 왔다.

 

이에 따라 전 정권이 저질러 놓은 대중국, 대북, 원전 자료 조작, 4대강 자료 조작, 국정원, 시민단체 묻지마식 지원, 노조 불법 묵인, 방송왜곡 등 비정상 정책의 선회를 어렵게 만들었다("'[문정인 칼럼]'무엇을, 누구를 위한 '독자 핵무장론'인가", 한겨레신문 2023.2.27. "'문 정부 특보' 문정인 세종재단 이사장 돌연 사임, 왜?", 한겨레신문 2023.3.1,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지연시킨 압력의 정체", 동아일보 2023.7.18. "월성원전 조기 폐쇄 의혹 김수현 前실장 기소", 동아일보 2023.7.20. "文 정권 4대강 보 해체 결정서 벌어진…", 조선일보2023.7.21).

 

주무부처 장관들마저 사임을 강요하지 못하는 법적 문제 때문에 진흙탕을 피하다 보니 정권 1년에 즈음해 통일부, 산업부, 환경부, 문화체육부, 여성가족부 장관 교체설이 제기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성과' 중심 과감한 인사…문체·복지·고용·中企 교체 확실시", 파이낸셜뉴스 2023.5.15. "개각설 선 그은 윤 대통령…", 경향신문 2023.5.16. "원전 정책 부진 산업부 장관 교체할 듯", JTBC 2023.8.21.)

 

진흙탕은 언어를 통한 폭력으로 사회를 혼탁하게 한다. '남은 기대 수명으로 비례 투표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느냐' 같은 김은경류의 막말("野 김은경, 왜 미래 짧은 분들이 1인1표 행사?", 연합뉴스 2023.7.30), '쪽팔리다'는 중학생 수준의 표현에 진행자가 방송용으로 순화해 달라는 촌극에서("윤건영, 잼버리 사태, 국민적 쪽팔림만 남아…", 프레시안 2023.8.10), 'xx이'라는 성희롱 발언을 '짤짤이'라는 식의 변명과 저급한 평소 언어 습관뿐 아닌 성 인지("野 '엿장수 징계'에…'짤짤이' 최강욱은 왜 두나", 조선일보 2023.5.15) 부조화를 의심케 하는 사례까지 북한 김정은 정권의 흙탕물 튀기기는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중국도 진흙탕 경연에 뛰어들고 있다("중 '불장난땐 타 죽을 것'…", 한겨레신문 2023.4.22. "싱 중국대사, 윤 정부 외교 직격…", 한겨레신문 2023.6.9. "윤 대통령 불쾌감 '싱 대사' 직접 비판" 경향신문 2023.6.14. "中 패배 베팅은 오판" 싱하이밍, 이번엔 "한중은 좋은 이웃", 조선 2023.7.26). 거짓말은 일상이다("김남국 상임위 중 몇 천원 거래 혹 키운 해명…", 경향신문 2023.5.16).

 

정권 교체 이후 진흙탕 세례는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풍자를 빙자한 모욕("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 한겨레신문 2022.10.5) 정쟁과 논평을 덧입힌 폭력적 '프로파간다'("…민주당 김건희 로드 들통나자 주민을 인질 삼아", 경향 2023.7.10. "野는 尹 경축사에 '극우 유튜버의 독백'…" 조선 2023.8.16)를 벌인다. 정권 교체 이후 비문명화의 압력(decivilizing force)이 건전한 의식을 마비시키며 사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인사나 정책으로 전환시킬 수 없는 대표적인 조직이 이른바 공영방송이다. 이곳은 진흙탕을 재생산, 확대하는 진지가 됐다. 이탈리아 공산당 이론가 그람시의 전술처럼 KBS에는 기본세력이 추종세력의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어 똬리를 틀고 있다. 이들은 공적 자원을 활용해 방송, 경영에 펜타닐 진통제를 진흙탕이 된 KBS에 들이 붓고 있다(“KBS 노조, 구조조정 회피 ‘대못박기’”, 조선일보 2023.8.4). 저널리즘은 본질과 현상, 사실과 가짜를 적당히 버무려서,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파하며 공론장을, 법과 제도를 조롱하고 있다.

 

주사파 운동권의 진지는 대다수가 잘 인식하지 못할 뿐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주도하는 진흙탕을 건널 것인가, 진흙탕에서 함께 뒹굴 것인가? 흙탕물을 튀기지 않고 건널 수 있으리라고 낙관하지 말라.

 

윤석열 정권에서 검사들의 정부직 진출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있다("윤석열 정부에 검찰 출신 136명 들어갔다”, 한겨레21 20233.16).

 

그 배경에는 함께 뒹굴어야 할 진흙탕이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의리, 소신에 있지만 측근 챙기기 우려도 제기된다(중앙일보 2022.3.10). 조폭 스타일이라는 비난도 있다("홍준표 '조폭·양아치 리더십 미화 안 돼'…", 조선비즈 2021.4.25).

 

그러나 검사는 직업적 훈련을 통해 비리 정치인, 관료, 금융, 조폭, 주사파를 수사하면서 조직과 사람의 사고, 행동, 속성을 파악한다. 이들을 다루는 기술과 역량도 몸에 밴다. 기다릴 줄 알고, 허점을 파고들고, 공격의 타이밍과 완급을 구사할 줄 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발탁한 검사의 첫 번째 덕목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尹이 각별히 챙기는 '일잘러'…", 서울신문 2022.3.15. "난 尹한테 이렇게 깨졌다…", 중앙일보 2022.6.18). 팀워크로 움직이는 대형 수사는 각 검사의 맷집과 역량을 배양한다.

 

운동권은 1990년 중반에 질적 전환이 이뤄진다. 노선의 분리에 따라 운동권 선후배 간 질서가 해체되고 전술은 패륜의 밑바닥까지 간다.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은 다시 진지전의 최전선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는 폭언과 저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좌표 대상에게 폭언을 물론 뺨 때리기, 침 뱉기 같은 신체적 폭력으로 모멸감을 주고, 교회에서, 직장에서, 집 앞에서 소란을 떨 것이다. 가족까지 소환될 것이다.

 

KBS는 탄핵 이후 진지전 수행의 최전선이었다. 강규형 전 KBS 이사는 지난 2017, 2018년 KBS 사장 및 이사 불법 퇴출에 앞장섰던 언론노조 KBS본부노조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했고("강규형 前 KBS 이사 폭행···언론노조원 6명 검찰 송치", 조선일보 2018.3.29) 이인호 이사장은 일제시대 관직을 지낸 조부의 친일파 낙인 공격을 받았다("이인호 결국 KBS 이사장으로, '인정 못해'", KBS본부노조 성명서 2014.9.12, "'아포리아'(Aporia),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말라", 필자의 페이스북 2018.1.16).

 

법무부장관이 야당의원과 대거리를 하는 판("황운하 "한동훈, 스타 의식에 빠져 있는 '관종'", 서울경제 2022.11.9. "김의겸 "국가예산으로 사적 문자 이용"…한동훈 '또 거짓말'", 연합뉴스 2023.5.19. "김의겸 '뿔테 쓴 깡패 한동훈'", 디지털타임스 2023.6.1. "박범계 '내가 훈계하나' vs 한동훈 '반말하지 말아야'", 세계일보 2023.7.27. "최강욱, '깐족거린다'…" 동아일보 2023.8.21. "이재명…'조폭 尹정권' "한동훈 '李 수사 때 몇 분 돌아가셨나'", 매일경제 2023.8.22)이다.

 

어느 기관, 조직이든 이 진흙탕에 뛰어들 새로운 리더십은 권위, 품위, 위신, 교양 그 따위는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한동훈, 진흙탕서 저질 음모론 막는 게 진짜 품위", 중앙일보 2022.11.10).

 

자기연민과 동정은 찾지 말아야 한다. 이 시대 진흙탕에서 뒹굴겠다는 결기가 없으면 진흙탕을 벗어날 수도 없고 진흙탕을 제거할 수도 없을 것이다."비가 오길 바라면 진흙탕을 각오해". 이 아프리카의 지혜는 다음의 설명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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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이스북 africanproverbspage 2022.8.10에서 캡처     ©times창원편집국

 

도전에 맞서지 않고는 리더가 될 수 없다. 비를 원하면 진흙탕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삶의 모든 것을 우리의 조건에 따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면 인생은 너만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 옆에 진흙탕이 있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너의 불평과 투정은 단지 네가 이기적이고 게으르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진흙탕이 없는 비를 원한다면 나무 위에서 살거나 그런 것이나 생각하지? 불평 좀 그만해, 입 닥쳐!" (You cannot be a leader without having to deal with challenges. And if you want rain, you should be ready to put up with the mud. The trouble with many of us is that we want everything in life according to our terms. But truth be told, life is not designed only for you. In any case what's wrong with having mud alongside the rain? Doesn't your complaining and murmuring tell you how selfcentered or lazy you are? If you want rain without mud, you should think about living on trees or something of that sort? Stop complaining! Be quiet! 출처: 페이스북 africanproverbspage 2022.8.10)

 

한편 이준안  전) KBS 해설실장은  KBS 인재개발원(국장), KBS (보도본부 해설국장), KBS (부산방송총국장)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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