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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s창원]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의 선정작 13편을 공개했다. 동시대 영화계가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반영해, 그 강국이자 성지인 일본에 초점을 맞춘 대형 특별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100년사의 결정적 순간을 만든 걸작들과, 지금 세계 영화제가 가장 주목하는 신작, 그리고 그 계보의 출발점이었던 유럽 고전 걸작 1편을 더한 구성이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와 앞으로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끌어갈 가도와키 고헤이, 가타노사카 료, 나쓰메 신고,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이 부산을 찾아 관객과 만난다. 린타로에게는 17년 만의 한국 관객과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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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작품은 고3 소년이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생을 바꾼 영화, 야부시타 다이지의 <백사전>(1958)이다. 도에이동화가 완성한 일본 최초의 장편 컬러 애니메이션으로,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백사의 화신과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출발점 1979~1996』에서 수험생 시절 이 영화를 보고 밤새 울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동양의 디즈니를 꿈꾼 도에이의 수작이다.
발표 당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야마모토 에이치의 <슬픔의 벨라돈나>(1973)는, 무시프로덕션이 성인을 위한 아방가르드를 표방하며 만든 작품이다. 미슐레의 『마녀』를 바탕으로, 악마와 계약 후 마녀로 다시 태어나는 주인공 ‘잔’의 이야기를 그린다. 움직이지 않는 수채화 위를 카메라가 훑고 지나가는 파격적인 연출과 후카이 구니의 관능적인 미술이 돋보이며, 뛰어난 연기파 배우 나카다이 다쓰야가 악마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2016년에는 4K 복원판으로 부활하며 세계적인 컬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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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의 아버지이자 전설적인 만화가인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1980)은 그가 원안·각본·총감독을 맡아 자신의 역작 『불새』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대사 한마디 없이 음악과 이미지만으로 주인공의 성장을 압축한 12분의 도입부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천사의 알>(1985)은 오시이 마모루가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와 함께 만든 작품이다. 대사를 걷어내고 성서적 상징과 이미지로 채워낸 작품으로, 이후 <공각기동대>(1995)로 이어지는 오시이 세계의 원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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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소개된 후, 30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작품도 이름을 올렸다. SF 만화 『아키라』(1982)로 세계를 뒤흔든 오토모 가쓰히로가 총지휘한 <메모리즈>(1995)다. 이번 상영은 2025년 공개된 30주년 기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세기의 전환기를 통과한 세 편의 에피소드를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메트로폴리스>(2001)의 린타로 감독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17년 만에 내한해 부산을 찾는다. <메트로폴리스>는 데즈카 오사무가 1949년에 그린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1979)의 린타로가 연출하고 <아키라>(1988)의 오토모 가쓰히로가 각본을 쓴, 앞서 소개된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3세대의 합작이다. 5년의 제작 기간과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된 화면이 압도적인 작품이다.
『짱구는 못말려』와 『마루코는 아홉살』로 널리 알려진 유아사 마사아키의 장편 데뷔작, <마인드 게임>(2004)은 일본 문화청미디어예술제 애니메이션부문 대상과 오후지노부로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그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킨 첫 작품이다. 로빈 니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단편 <구십구>(2013)로 2014 아카데미단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르고, 『도쿄 구울』(2014)을 연출한 모리타 슈헤이의 데뷔작 <숨바꼭질>(2004)은 당시로서는 드물었던 3D CG와 카툰 렌더링으로 컬트적 지지를 얻은 단편이다.
지금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신작 4편도 함께 소개된다. 감독인 가도와키 고헤이, 가타노사카 료, 나쓰메 신고, 시노미야 요시토시가 모두 부산을 찾는다는 점도 이번 특별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고스트 - 밤의 끝>은 나쓰메 신고가 연출하고 매드하우스가 제작한 신작으로, 2027년으로 예정된 일본 개봉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된다. 나쓰메 신고는 최고의 액션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는 『원펀맨』(2015)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라누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들을 선보여온 웰메이드 제작사 코믹스웨이브필름이,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신인 가타노사카 료를 발탁해 극장용 오리지널 제작을 지원한 36분 단편이다. 가타노사카 감독이 러프 원화 325컷 중 3분의 2를 손수 그리며 온 힘을 다한 작품이다.
<우리는 외계인>은 가도와키 고헤이의 작품으로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과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되며 비범한 신예의 등장을 알렸다. 로토스코핑을 기반으로 한 사실주의적 작풍으로 감독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장편 데뷔작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콩트르샹심사위원상을 받은 시노미야 요시토시의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76분 동안 화면을 가득 채우는 시노미야 감독 특유의 초록빛은 독성 탓에 금지된 초록 물감 '화록청'에서 출발했다. 시노미야는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2013) 포스터와 <너의 이름은.>(2016)에 참여한 화가로, 이번 작품에서는 원안·각본·연출에 캐릭터 디자인과 미술까지 직접 맡았다.
마지막 한 편은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개척자 폴 그리모의 <왕과 새>(1952, 1980)다. 1952년 처음 완성돼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했으나 그리모는 기존 판본을 전부 회수해 폐기하고 수십 년에 걸쳐 장면을 더한 끝에 새 편집본을 완성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의 첫 장편 연출작 <루팡 3세-칼리오스트로성의 비밀>(1979)에서 이 영화에 뜨거운 오마주를 바쳤고, 다카하타 이사오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들어설 생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무한한 애정을 표한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에 대해 “최근 애니메이션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첨단의 화두로 떠올랐다. 따라서 우리는 올해의 대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깊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일부러 몇 가지 까다로운 전제를 두었다. 되도록 극장용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일 것. 과거 모험의 선례로 남은 작품일 것 혹은 동시대 미래의 비전이 될 작품일 것. 특히 한국에서 극장 상영한 적 없거나 적었던 작품일 것. 마지막으로 영원한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은 잠시 제외할 것. 대신에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았고 그들 작품의 교본이 된 고전을 포함할 것. 어떤 영화들은 극장에서 볼 때에만 그 영화의 진짜를 느낄 수 있다. 부산의 관객이 이 진귀한 극장 체험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한다. 더불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와 차세대 거장 4인을 한 자리에 초청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전에 없던 다채로운 구성으로 눈길을 끄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